I. 노동조합 설립 동기
도입: 계약서에 적힌 30시간과 실제 40시간
2009년 9월 초, 인천의 한 영어학원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강사 다섯 명이 강남노무법인을 찾아왔다. 문제는 단순해 보였다. 근로계약서에는 주당 30시간 또는 월 120시간의 수업을 담당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강사들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학원에 머물러야 했다. 계약서에는 추가 근무에 동의할 경우 시간당 15,000원을 지급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러나 학원은 추가 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한 강사에게 돌아온 해고예고
그해 9월 1일 전체회의에서 한 여성 강사가 추가 근무수당 문제를 제기했다. 학원 측은 강사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해고예고를 통지했다. 다른 강사들도 자신의 고용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느꼈다. 다섯 명은 미지급 임금에 관한 진정을 의뢰하고, 계약서에 없는 추가 근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수업 준비시간도 근로시간일까
근로감독관 조사에서 학원은 실제 수업이 하루 6시간에 불과하며 나머지 2시간은 수업 준비시간이므로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사들은 정해진 시간에 학원에 출근하여 대기해야 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의무적으로 학원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의 근로시간성을 인정했다. 다만 강사들이 저녁식사 등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한 시간도 있었으므로, 청구한 미지급 수당의 50%를 지급하도록 지도하는 선에서 사건이 종결되었다. 이는 당시 사건의 처리 결과이며, 모든 유사 사건에서 미지급 임금의 절반만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쟁의 종결이 곧 갈등의 끝은 아니었다
임금 진정이 제기되자 학원은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강사에 대한 해고예고를 취소했다. 하지만 임금 사건이 마무리된 뒤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강사에게 즉시 해고를 통지했다. 함께 진정했던 강사들은 자신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우려했다. 2009년 11월 12일, 이들은 다시 노무법인을 찾아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II. 노동조합의 설립
노무사는 강사들에게 노동조합의 목적과 설립·운영 절차를 설명했다. 강사들은 설립총회를 열어 규약을 마련하고 임원을 선출했다. 설립신고서, 규약, 총회 회의록은 한국어와 영어로 작성되었다. 이는 단순한 번역 편의가 아니었다.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스스로 민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였다. 관할 행정관청은 설립신고 서류를 접수하고 관련 사항을 확인한 뒤 2009년 11월 24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적이 아니라 근로자성이다. 한국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외국인이라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가입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근로시간은 단순히 실제 강의가 진행된 시간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의무적으로 대기하거나 준비하는 시간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계약상 주 30시간을 초과한 시간이 언제나 근로기준법상 가산수당 지급대상인 ‘연장근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약정한 추가근무수당, 실제 근로시간, 법정근로시간 초과 여부, 사업장 규모 및 적용 법령을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할 때에는 조직 대상과 목적을 정하고,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규약을 제정하며 임원을 선출하는 등 민주적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이어 법정 기재사항을 갖춘 설립신고서와 규약을 관할 행정관청에 제출한다. 총회 회의록 등은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행정관청의 심사와 신고증 교부는 현행 법령에 따라 진행되므로 실제 신고 전 최신 서식과 관할 기관을 확인해야 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의 해고가 법적 절차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확정되었다는 자료는 원문에 없다.
III. 노동조합의 설립의 시사점
처음 다섯 명이 원했던 것은 계약서에 약속된 근로조건을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금 문제를 제기한 뒤 해고가 뒤따르면서 분쟁은 더 큰 질문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강사들은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이들이 선택한 답은 노동조합이었다. 2009년 11월 24일의 설립신고증은 그 선택이 제도적 형태를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2026년에도 이 사건은 노동법상 권리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정확한 계약, 근로시간 기록, 불이익 없는 문제제기 절차, 그리고 근로자들의 자주적 조직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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