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김창희 노무사 칼럼]‘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노무사의 노동감독관 채용이 노동행정 개혁의 답이 될 수 없다
  • 정봉수노무사 대표기자
  • 등록 2026-10-21 17:48:27
  • 수정 2026-10-22 10:48:31
기사수정
  • 관료 만능주의 관점의 행정에서 벗어나 민관 협력의 지혜를 발휘할 때 비로소 진정한 노동행정 개혁의 문이 열릴 것

노무법인 사람 공인노무사 김창희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인노무사 200명을 행정7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노무관리 분야 1년 이상의 근무경력이 있으면 우대하겠다는 조건도 눈에 띈다. 일선 노동지청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체불 등 폭증하는 신고사건을 처리할 노동감독관으로 현장 전문가들을 수혈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행정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 없이 단순히 저연차 노무사들로 공무원 머릿수만 늘리는 대책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천 명에 가까운 인력을 증원하고도 체불임금과 산업재해를 줄이지 못했던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양적 증원에만 매몰된 현행 방식은 결코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노동행정 개혁의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과 주요 선진국의 실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노동자 1만 명당 노동감독관(산업안전보건감독관 포함) 수는 2024년 말 기준 1.03명으로 독일(1.41명), 핀란드(1.40명), 스위스(1.33명), 노르웨이(1.21명), 스페인(1.07명) 등과 비교해도 외형상 크게 뒤처지지 않는 양호한 수준이다. 진짜 문제는 인력의 절대적 부족이 아니라 기형적인 업무 구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감독관들은 업무 시간과 역량의 70~80%를 사후 신고된 임금체불 등의 권리구제 사건 처리에 쏟아붓고 있다. 이로 인해 정작 핵심이 되어야 할 사업장 사전 감독과 임금체불 및 과로 예방이라는 본연의 지도 행정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밑 빠진 독에 인력이라는 물을 아무리 부어봐야 구조적 비효율을 고치지 않는 한 노동감독 행정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다.


 이번 노무사 200명 채용공고 역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의 산물이다. 노동부는 공직 사회 내부의 문제점 검토나 이해관계자인 공인노무사회와의 유기적인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채용을 강행했다. 더욱이 타 부처들이 전문자격사 제도를 대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고용노동부의 시각은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 금융위원회가 공무원을 늘리는 대신 회계사회와 협력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연착륙시키고,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세무사·관세사들과 상생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노동부는 전문자격사를 대등한 파트너로 존중하기보다는 행정 목적 수행을 위해 저비용으로 손쉽게 동원하거나 기피 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는 하위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노동행정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것은 분산된 사후권리구제 사건 처리기관의 일원화다. 현재 부당해고와 차별시정은 노동위원회가, 임금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은 고용노동청이 나누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노동자가 해고와 체불을 동시에 당해도 각기 다른 기관을 찾아가 전혀 다른 방식의 조사에 이중으로 응해야 하는 불합리한 행정 시스템에 직면한다. 사법 처리와 심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사후 권리분쟁 사건을 노동위원회로 일원화해야 한다. 고용노동청은 사전 예방적 노동감독에만 전념하고, 노동위원회는 사후 권리구제 사건을 일괄하여 전담하는 명확한 기능 분리와 인력 재배치가 급선무다.


 더불어 일선의 노동감독관을 장시간·비효율 노동에 매달리게 하는 임금체불 사건의 조사 및 처리 방식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현재의 구두진술 중심 조사는 당사자와 특별사법경찰관 모두에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노동위원회처럼 신청 이유서와 답변서를 서면으로 제출받아 쟁점을 명확히 한 뒤, 서면 중심으로 조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공식적인 사전조정 절차를 도입하여 베테랑 조정위원 중심의 화해 제도를 활성화한다면 분쟁을 조기에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체불임금 규모는 일본 약 933억 원, 미국 약 2,773억 원으로 한국의 2조 400억 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양국의 경제활동인구 규모를 감안한 노동자 대비 체불 수준은 일본의 52배, 미국의 42배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수치다. 노동행정을 임금체불의 함정에서 구조하려면 노동시간 기록의무제 도입 등 서면 기반의 명확한 사실 입증과 실효성 있는 조정 프로세스를 작동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전 예방 목적의 노동감독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감독관과 공인노무사의 혁신적인 협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상시노동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예방 감독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하는 정책은 정부 고정성 인건비의 폭발적 증가와 지방공무원과 유권자의 유착 가능성 등 부작용만을 키울 뿐이다. 이는 중앙 노동행정의 실패를 지자체에 외주화하여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에 불과하다. 공무원을 무작정 늘리는 대신,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개업노무사들을 민간협력관으로 위촉해야 한다. 노동감독관 1인과 민간협력관 1인이 2인 1조를 이뤄 집중 노동감독을 실시한다면, 감독관은 강력한 법 집행(Bad Cop)을 주도하고 노무사는 사업장의 자발적인 노무관리 개선과 교육(Good Cop)을 자문하는 방식으로 이상적인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 관료 만능주의 관점의 행정에서 벗어나 민관 협력의 지혜를 발휘할 때 비로소 진정한 노동행정 개혁의 문이 열릴 것이다. /끝/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유니세프_01
국민신문고_0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