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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백Talk] 국정감사의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개별 노사문제에 매달리다
  • 소청백노무사 편집위원
  • 등록 2026-10-12 16: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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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이제 소란스러운 정치적 공방의 한복판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근로자, 하나의 기업이 가진 묵직한 고충을 온전히 마주한다.

2026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6일 막을 올리며 여의도는 다시 한번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었다.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 치열한 국정감사의 계절을 지켜보노라면, 불과 지난해까지 대기업 대관협력팀에서 동분서주하던 내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하며 사업 기회 발굴 및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법령, 정책, 제도 개선 업무를 주로 담당했지만, 마지막 15년의 주된 무대는 국회였다. 과기정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를 넘나들며 대관(對官) 업무를 수행했다. 내가 소속된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곧 옳다는 굳은 신념과 치밀한 논리를 무장한 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어떻게든 회사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최소한 억울한 피해만은 막아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돌이켜보면 국회 대관 업무만큼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한바탕 소란스럽게 끓어오르는 용광로도 없다.

 

정권이 바뀌고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번갈아 가며 국정의 키를 잡았지만, 여의도의 풍경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의 교대가 이루어질 뿐, 그 행태와 쏟아지는 주장들의 양상은 늘 궤를 같이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역학 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국정감사라는 소란스러운 연례행사를 뒤로하고, 낮에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노무법인 사무실의 한 구석에서, 저녁에는 AHN’s Labor Office 라는 나무조각 표식을 걸어놓은 아파트 작은 방에 앉아 있다. 차분히 자료를 찾거나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그 오랜기간 요란스러운 여의도 바닥을 어떻게 헤집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행복하다.

 

이 고요함 속에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면,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거세게 부딪히는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는, 국회 대관 업무에서 요구되는 고도의 협상 테크닉과 정무적 감각, 그리고 폭넓은 인맥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개별 근로자들의 요구 하나하나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집단'이라는 거대한 구조로 묶이고 세력화되는 순간, 본질이 종종 왜곡되는 현상을 우리는 목격한다.

 

합리적인 타협안보다는 조직의 강경한 논리가 앞서고, 상식적인 대화보다는 집단적 주장의 선명성이 우선시되는 딜레마.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는 피드백 루프 속에서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요소들이 개입하여 갈등의 몸집을 불린다. 여의도의 정치 논리가 그러했듯, 집단의 이름표를 단 거대한 갈등은 종종 개인의 억울함을 달래기보다는 세력 간의 맹목적인 힘겨루기로 변질되고 마는 것이다.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찾은 '평안과 보람'

 

이러한 맥락에서 전업 공인노무사로서 '개별적 노사관계'에 온전히 집중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일상은 내게 깊은 평안과 보람을 안겨준다.

 

임금, 성과급, 퇴직금 체불 사건부터 시작해 다양한 징계 및 해고사건(정당한 해고, 부당한 해고, 합리적 타협), 산재보상, 직장내 괴롭힘 그리고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경업금지약정 등 사내 규정을 정비하는 업무들은 집단적 정치 논리가 개입할 틈이 없다. 철저하게 '개인의 권리'와 '법적 합리성'에만 기반을 둔다. 거대한 집단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근로자와 사용자 개개인이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담담하고 명확하게 풀어내는 이 정교한 과정이 내 MBTI에 맞음을 느낀다.

 

물론 국회 대관 업무나 집단적 노사관계가 다루는 담론, 그리고 구조적 변화의 중요성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또한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톱니바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거대한 담론에 가려진 개인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힘겨루기 이거나 우격다짐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규칙을 세우고 조율하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나는 이제 소란스러운 정치적 공방의 한복판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근로자, 하나의 기업이 가진 묵직한 고충을 온전히 마주한다. 집단의 이름으로 포장된 비합리성을 경계하고, 노동법 법리와 양심, 상식이라는 투명하고 명확한 잣대로 개별적인 억울함을 해소하는 일. 이제 노사 양측이 진정으로 상호 존중하며 성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일터를 디자인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소청백(素淸白) - 안성준노무사 sungjun@k-labor.com 강남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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