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박원용 ADR(갈등, 분쟁해결)전문가
1. 서론
1.1 글의 목적 및 필요성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함께 성장 잠재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고령층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또한, 근로자 법정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단계적으로 65세로 연기) 사이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연장 정책 실행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1.2 정년 연장 논의의 배경
인구 구조 변화는 정년 연장 논의의 주요 배경입니다.
• 고령사회, 평균수명 증가: 사망률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로 인구가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승: 현행 법정 정년 60세는 유지되는 반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2025년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기되어, 최대 5년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게 됩니다.
2. 정년 연장이 제기된 이유
2.1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고령자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근로 의지가 강하여,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통해 인적 자본을 활용해야 하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2.2 국민연금 및 사회보장제도 부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통해 연금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고령층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민연금 기금은 2037년에 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2047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3 고령 근로자의 경제적 필요
대다수의 고령층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며,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인해 정년 이후에도 더 오래 일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2.4 기업·사회적 생산성 측면
고령 인력의 고용연장은 숙련 인력 활용을 증대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업 측면에서도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이해관계자별 입장
3.1 정부 및 정치권
현 정부와 여당은 법정 정년 65세를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2025년 내 입법하고 범정부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와 청년고용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에서는 노사 간 이견이 크고 직군별 적용에 걸림돌이 많아 연내 입법이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존재합니다.
3.2 노동조합(노조)
노동계는 법정 정년 연장 방식을 선호하며, 이는 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 연령의 일치를 통한 노후소득 보장과 생활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3.3 경영계
경영계는 현행 법정 정년(60세)을 유지하면서 재고용 방식을 선호합니다.
• 인건비 부담: 다수 기업이 여전히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정년이 연장될 경우 고임금 인력이 장기간 머물게 되어 심각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건비 부담 증가는 수익성 악화, 신규 채용 축소,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 조직 유연성/생산성: 높은 임금 연공성은 낮은 고용 유연성을 유발하여 인력 운용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은 임금 체계 개편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3.4 학계 및 전문가 의견
학계 및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연공형 임금 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는 정책은 청년 고용 위축 등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 사회학적·경제학적 분석: 고령 인력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부정적 영향력이 인건비에 미치는 영향보다 약 2배 정도 강하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 체계 개편(직무·성과 중심)과 고령 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됩니다.
• 법적 분석: 정년 연장 논의는 노사정 중심을 넘어선 확대된 사회적 대화와 충분한 합의를 통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4. 정년 연장의 문제점 및 쟁점
4.1 고용 구조 왜곡 가능성
2016년 정년 연장 시행 경험에 따르면, 그 혜택이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었으며, 이는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4.2 청년층 취업 기회 제한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가 청년 등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대기업, 공공부문)에서 고령자와 청년 간 일자리 경쟁이 격화되어 세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정년 연장 시행 결과,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약 0.4~1.5명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4.3 기업 비용 증가와 경쟁력 저하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가 증가하고,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됩니다. 경기 불황이나 구조 조정 시기에 획일적인 정년 연장은 기업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4.4 연령별 직무 적합성 문제
인력 고령화는 생산성 저하와 인사 적체, 조직 활력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연령이나 근속이 아닌 직무와 능력 중심의 인사 관리 시스템으로의 개편이 없다면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5. 현실적 대안
5.1 단계적 연장 및 탄력적 정년제
정년 연장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점진적 시행이 필요하며, 사업체 규모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용연장은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등 기업이 고용 형태를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포함합니다. 일본과 싱가포르 역시 재고용 제도를 통해 고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5.2 임금 구조 조정과 성과 기반 고용
정년 연장 도입은 반드시 임금 개편과 연계하여 추진되어야 합니다.
• 임금 체계 개편: 근속 기간보다는 직무의 난이도, 성과, 책임의 크기에 따라 보상하는 직무급제나 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연공급 임금 체계 하에서는 정년 연장이 실질적인 고용 연장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 임금피크제: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제시됩니다. 다만 합리적인 감액 기준 설정과 함께 직무 재설계, 교육 기회 제공 등의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정년 이후 재고용 제도를 선택하는 경우, 기업이 직무와 성과를 반영하는 새로운 임금 체계를 도입하여 임금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5.3 재취업·전직 지원 프로그램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보다 나은 일자리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직종 내 재취업, 직무 전환을 위한 교육 훈련과 재취업 서비스 제공이 필요합니다. 노사발전재단은 중장년 내일센터 운영을 통해 생애 경력 개발 설계, 교육, 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5.4 고령 근로자 맞춤형 직무 설계
고령 인력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재교육과 적절한 역할 부여가 필요하며, 연령 친화 인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령 근로자를 위한 직무 관리, 보상 관리, 교육 훈련, 작업 환경, 퇴직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고령자 적합 직무 개발이나 유연 근무 제도 확대 등의 조치가 포함됩니다.
6. 해외 사례 비교
6.1 일본, 싱가폴 등 주요국 정년 연장 정책
• 일본: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60세 정년 → 65세 고용 확보 → 70세 취업 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단계적 계속 근로 로드맵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65세 고용 확보는 법적 의무화까지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일본은 일률적 정년 연장이 아닌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재고용 방식'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정책 지원: 일본 정부는 고령자 고용 계속급부와 같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기업에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전문기관(JEED)을 통해 직무 재설계, 교육 훈련 등을 지원하여 고령 친화적인 ‘일터 혁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6.2 장단점 분석 및 시사점
일본의 사례는 정책의 점진적 도입과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 정착 과정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일본은 정년 연장 법제화 전에 기업 상황에 맞춰 임금 체계를 선제적으로 개편했고, 이 조치가 고령자의 지속적인 활약을 유도한 결정적인 조치가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단순히 '은퇴 연령의 상향'보다는 '일할 기회의 확대와 역량 강화'로 접근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6.3 우리나라 적용 가능성
한국은 여전히 임금의 연공성이 강하고 임금 체계 개편이 더디게 진행되어, 고령자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청년 일자리 위축 우려를 동시에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도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는 노동시장 구조와 개별 노사 여건에 맞는 고령자 고용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며, 임금 조정과 일터 혁신, 교육 훈련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7. 부작용 최소화 방안
7.1 법적·제도적 장치
• 사회적 합의: 기존 노사정 중심을 넘어선 확대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충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 단계적 시행 및 모니터링: 단계적/점진적 시행과 함께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분석이 종합적으로 병행되어야 합니다.
• 재고용 제도 명확화: 재고용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정년 이후 근로 관계 종료 및 새로운 근로 관계 성립을 명확히 입법화하고, 재고용 기대권, 대상자 선정 기준(건강 상태, 근무 평가 등), 임금 조정 등에 관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7.2 기업 인사제도와 연계
• 임금 체계 개편 선행: 연공성 중심에서 직무, 성과, 능력 중심의 임금 체계로 전환하는 노력을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 유연한 인적자원 관리: 연차 중심의 수직 승진 체계에서 벗어나 유연한 커리어 설계가 필요하며, 유연 근무제 확대, 생애주기별 리스킬링·업스킬링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7.3 세대 간 갈등 완화 전략
• 성장 경로 제시: 젊은 직원들이 고령 인력으로 인해 성장 경로가 막혔다고 느끼지 않도록 명확한 성장 경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 청년 고용 우선권: 국가적으로 청장년 인력이 미래 노인을 부양해야 하므로, 좋은 일자리를 둘러싸고 세대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 청년층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 세대 간 협력: 세대 간 지식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멘토링/전수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상호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7.4 사회적 합의 및 인식 개선
정년 연장은 단순 제도 변경이 아닌 조직 문화와 철학의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이며, 이를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정년 연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8. 결론
8.1 정년 연장 논의의 종합 평가
2016년에 임금 체계 조정 없이 시행된 정년 연장은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대기업/유노조 일자리에 집중되고, 청년 고용 위축, 조기 퇴직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했습니다. 이는 연공형 임금 체계, 고용 경직성, 60세 정년이 맞물린 상황에서 정년 연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고령자 고용정책은 단순히 은퇴 연령 상향이 아니라, ‘일할 기회의 확대와 역량의 강화’로 접근해야 합니다.
8.2 정책적 제언
• 재고용 제도 우선 추진: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정책 방향은 법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하고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재고용은 임금 체계 개편 및 근로 조건 유연화와 연계하기 용이합니다.
• 단계적 접근: 재고용을 단기간 내 법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 초기에는 **유인 체계(고용 지원금, 세제 혜택 등)**를 통해 기업의 자율적 확산을 유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생산적 일자리 확대: 복지형 고령자 일자리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생산적 고령자 일자리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구조를 강화해야 합니다.
8.3 향후 전망
계속 근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고령층 근로자는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되고, 이는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를 완화하며 개인의 소득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65세까지 계속 근로가 가능할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연 0.1%p 증가시키는 효과가 추정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가 모두 참여하여 직무와 성과 중심의 유연한 인사 전략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도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