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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가 끝나는 순간, 조직관리는 다시 시작된다
  • 박원식 노무사 편집위원
  • 등록 2026-08-12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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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직장 내 괴롭힘, ‘처분 이후’의 조직관리를 생각할 때

[노무사신문=박원식 노무사 편집위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2021년 7,774건에서 2025년 16,373건으로 늘었다. 불과 4년 사이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2026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정하면서 조사 공정성과 판단기준을 한층 강화하였다.

 

기업의 대응도 빠르게 정교해졌다.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 주체를 정하고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검토한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와 징계수위를 판단한다. 잘못을 정확히 가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유독 징계처분이 내려지는 시점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징계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축적되었다. 반면 그 처분 이후 조직을 어떻게 다시 작동시킬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실제 기업에서 더 길고 어려운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은 오히려 이때일 수 있다.

 

근로기준법도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사용자가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그 조치에 앞서 피해근로자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법이 정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까지다. 그 이후 행위자와 동료들이 어떠한 관계 속에서 다시 일할 것인지는 결국 조직의 몫으로 남는다.

 

* 이 글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근로자를 ‘행위자’라고 한다. 책임을 가볍게 보려는 것이 아니라, 징계 이후에도 고용관계가 계속되는 구성원의 조직관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표현이다.

 

징계의 정교화 뒤에 남은 공백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행위자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징계처분의 정당성이 다투어지면 회사는 비위의 내용과 중대성, 조직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징계사유와 절차, 양정의 적정성 역시 그 과정에서 세밀하게 검토된다.

 

그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인식도 달라진다. 어제까지는 팀장이나 동료, 특정 분야의 전문가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받은 사람’으로 먼저 기억된다. 징계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평판은 형성된다. 심한 경우 해당 구성원은 조직 안에서 ‘영구적 빌런’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된다.

 

행위에 따른 평판의 변화까지 회사가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평판이 이후의 조직관리 원칙까지 대신할 때다. 업무를 맡기기 꺼려지고 관리권한을 부여하기도 부담스러워진다. 어느 조직에서도 함께 일하려 하지 않으면, 징계 이후의 역할을 정하는 결정은 계속 뒤로 밀린다.

 

여기에는 분명한 구별이 필요하다. 징계는 확인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정하는 절차이지, 한 사람의 남은 직장생활 전체를 규정하는 절차는 아니다. 대법원도 여러 종류의 징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사용자의 재량을 인정하면서, 징계사유와 처분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상당한 균형이 요구된다고 본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13457 판결).

 

물론 이 판결은 징계 이후의 조직관리를 다룬 것은 아니다. 다만 징계가 특정한 비위에 대한 책임을 확정하는 처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책임이 확정된 이후라면 회사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계속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역할과 경계 안에서 다시 일하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징계 이후의 위험은 ‘한 사람’보다 ‘관계’에서 시작된다

 

사후관리에서 더 어려운 문제는 행위자 한 사람보다 주변의 조직관계일 수 있다. 함께 일할 동료들은 비슷한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을지 우려할 수 있다. 과거 부하직원이었다면 다시 지휘와 평가를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새로운 조직에 배치된다면 그곳의 구성원 역시 자신들이 사건의 후속 부담을 떠안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징계 이후의 조직관리를 행위자 개인의 적응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피해자의 안전, 동료들의 업무상 신뢰, 지휘체계와 업무분장, 권한의 범위를 함께 살펴야 한다. 괴롭힘 사건으로 흔들린 것은 당사자 간 관계만이 아니다. 누가 누구에게 지시하고 평가하며 협업할 것인지에 대한 조직의 예측가능성도 영향을 받는다.

 

행위자에게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고 이미 조직에서 배제됐다고 인식하면, 회사와의 관계가 성과지향적인 관계에서 방어적인 관계로 바뀔 수 있다. 업무지시, 평가, 근태관리와 같은 일상적인 관리가 새로운 갈등의 계기가 되면서 장기간의 분쟁관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조직행동 연구에서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재통합(reintegration)’이라는 개념으로 연구하고 있다. Erin L. Frey가 2022년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한 연구는 중요한 조직규범을 위반한 뒤에도 조직에 남은 구성원을 살펴보았다. 연구에서는 공식적인 구성원 지위를 다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실제로 조직에 속해 있다고 느끼는 과정이 반드시 함께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 연구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징계 이후 조직관계를 바라보는 데 유의미한 관점을 제공한다.

 

핵심은 행위자의 감정을 특별히 배려하자는 데 있지 않다. 책임을 묻는 일과, 책임을 물은 뒤 조직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은 서로 다른 과제라는 점이다. 전자를 아무리 충실히 하더라도 후자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후속 인사조치에는 그 자체의 목적과 이유가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이후에는 여러 인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피해자와의 보고관계를 분리하고, 관리자의 지휘·평가권한을 조정하거나 업무상 접점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직무나 배치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의 출발점은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여야 한다.

 

그러나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후의 모든 인사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전직·전보의 업무상 필요를 판단할 때 단순히 인력배치 변경의 필요성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변경에 해당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선택의 합리성도 함께 고려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이 판결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의 사후조치를 직접 다룬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후속 인사조치에는 징계와 구별되는 목적과 합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직무, 권한과 평가기회를 장기간 불명확하게 두는 방식은 법률적으로도,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좋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

 

관리직이었다면 종전의 권한을 곧바로 회복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 경우 일정 기간 실무책임을 맡기거나 피해자와 업무상 접점이 없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래의 지위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도, 모든 역할을 제거하는 것도 아니다.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일이다.

 

징계를 확정할 때 함께 검토해야 할 것

 

별도의 복잡한 사후관리 제도를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징계를 확정할 때 회사가 몇 가지 사항을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사건이 끝난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조직운영의 기준을 정해 두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첫째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어떤 관계와 권한을 조정할 것인지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떨어뜨리는 것보다 지휘·보고·평가·협업관계 가운데 실제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보호조치와 불필요한 조직배제를 구별할 수 있다.

 

둘째는 행위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역할을 맡길 것인지다. 명목상 직무만 유지한 채 실제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행동의 변화도 확인할 수 없다. 조직에 필요한 역할을 분명하게 부여하고, 그 역할 속에서 요구되는 행동기준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편이 낫다.

 

셋째는 언제 사건 중심의 특별한 관리를 끝낼 것인지다. 복귀 또는 후속배치 이후 피해자 보호에 문제가 없고, 새로운 갈등 없이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면 다시 통상적인 조직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사후관리의 목적은 행위자를 계속 특별관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으로 흔들린 조직을 정상적인 관리체계로 되돌리는 데 있다.

 

필요하다면 후속배치 시 한 차례의 공식적인 면담을 할 수도 있다. 잘못된 행위와 재발 시 책임을 분명히 알리는 한편, 앞으로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과 행동기준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다시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범위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조직관계를 설정하는 자리여야 한다.

 

징계의 목적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

 

직장 내 괴롭힘 대응에서 피해자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괴롭힘이 확인됐다면 행위의 정도에 맞는 책임도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행위자를 이후에도 계속 조직의 불안요소로 남겨 두는 것은 같은 의미의 조치가 아니다.

 

회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행위자 한 사람의 근로관계가 아니라 조직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피해자는 사건의 영향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도 예측 가능한 지휘와 협업관계 안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행위자에게도 재발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분명한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성패를 징계수위만으로 평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강한 징계를 했다는 사실과 사건을 잘 해결했다는 평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책임을 정확하게 묻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그 사건으로 흔들린 업무관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까지 가야 한다.

 

사건이 끝났다는 가장 분명한 징표는 징계처분서가 남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피해자와 동료들이 더 이상 그 사건을 중심으로 일하지 않고, 행위자 역시 정해진 역할과 경계 안에서 다시 업무를 수행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법률적으로는 하나의 사건을 종결했더라도 조직은 여전히 그 사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직장 내 괴롭힘 실무는 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가’,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어느 정도 징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제 기업의 조직관리에는 그 다음 질문이 하나 더 필요하다.

 

“이 처분 이후, 이 조직은 다시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

 

징계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확정한다. 조직관리의 성패는 그 책임을 물은 뒤 조직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서 결정된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이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이제 ‘처분의 적정성’을 넘어 ‘처분 이후의 조직’까지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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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Erin L. Frey, “I Go Here…But I Don’t Necessarily Belong: The Process of Transgressor Reintegration in Organization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Vol. 65, No. 1, 2022, pp.119-157.

 -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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