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은 오래된 노동법 쟁점이다.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판매원, 설치·수리기사에서 플랫폼 운전자와 배달라이더까지 직종은 계속 달라졌지만 질문은 비슷하다. 계약서는 위탁·용역·프리랜서 계약인데, 실제 일하는 모습은 독립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를 구별하는 문제다.
대법원이 제시해 온 기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업무내용을 누가 정하는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되는지, 자신의 장비와 인력을 이용하여 독립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가 노무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최근 판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판단기준 자체보다 그 기준을 적용하는 방법의 변화다.
과거에는 출퇴근시간, 관리자의 직접적인 지시, 취업규칙과 징계가 대표적인 노무관리 수단이었다. 이제는 앱이 업무를 배분하고 전산시스템이 업무결과를 기록하며, 위치정보와 고객DB가 업무관리에 활용된다.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근로자성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외근한다고 지휘·감독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1년 11월 청호나이스 사건(대법원 2019다221352)은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대법원은 서비스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정수기 등의 설치·AS 업무를 수행한 엔지니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엔지니어들은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외근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일반 사무직처럼 근무시간과 장소가 엄격하게 관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회사는 전국적인 서비스조직을 운영하면서 업무를 배정하고, PDA와 전산시스템을 통해 업무처리 결과를 관리하였으며 교육과 업무지침도 운영하였다.
외근이라는 업무 특성 때문에 관리자가 현장에 계속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회사가 업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셈이다.
따라서 외근형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에는 관리자가 옆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업무의 시작과 과정, 결과가 회사의 업무체계 안에서 어떻게 관리되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타다, 지휘·감독은 앱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7월 타다 판결(대법원 2024두32973)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대법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플랫폼을 통한 노무관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판단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플랫폼 노동에서는 전통적인 관리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하던 관리의 일부를 시스템이 대신할 수 있다.
앱이 업무수행 절차를 정하고, 업무내용과 운행기록을 축적하며, 근무시간이나 이동상황을 확인하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업무기회를 배분한다면 전산시스템은 단순한 편의도구를 넘어 노무관리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는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특정 시스템을 사용해야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업무의 과정과 결과가 기록되는지, 회사가 그 데이터를 업무관리에 이용하는지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2026년 배달라이더 판결, 디지털 관리가 판단의 중심으로
2026년 7월 서울고등법원의 배달라이더 판결(2024나2037832)은 이러한 흐름을 배달 플랫폼 영역까지 확장하였다.
배달라이더는 거리에서 혼자 일하고 이동경로나 휴식 등에서 일정한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외형만으로 독립사업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업무가 회사의 앱을 통해 제공되고, 회사가 정한 운영방식과 보수체계 안에서 수행되며, 전산시스템을 통해 위치와 업무수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업무기회나 경제적 이익에도 회사의 기준이 영향을 미친다면 실제 독립성은 달리 평가될 수 있다.
최근 판례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직접적인 지시는 줄어 들었지만 관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관리의 방법이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플랫폼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외근 종사자에게 앱, PDA, POS, 모바일 단말기, 고객관리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그 시스템이 실제 업무관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치정보와 고객정보는 누구의 사업을 위한 것인가
위치정보 기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그 정보를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업무와 어떻게 연결하는가이다. 회사가 현재 위치나 이동경로를 실시간 또는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담당지역·배송·방문업무 등에 활용한다면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관리자가 하루 종일 위치를 확인했는지만 볼 것은 아니다.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누가 열람할 수 있으며, 업무관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고객관계도 마찬가지다.
독립사업자라면 자신의 노력으로 확보한 고객관계를 사업자산으로 축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회사가 담당고객이나 활동지역을 정하고, 종사자가 확보한 고객정보까지 회사 전산망에 축적하며, 계약이 끝난 후 그 고객관계를 가지고 나갈 수 없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그 고객은 누구의 사업자산인가.
가격과 계약조건을 누가 정하는지, 고객계약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담당자가 바뀌면 기존 고객을 누가 재배정하는지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판매실적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는 사정만으로 독립사업자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신할 수 있다’와 실제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제3자에게 자신의 업무를 맡길 수 있는지는 오래전부터 근로자성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계약서상 대행이 가능하다는 것과 현실적으로 자기 책임과 비용으로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업무에 별도의 자격이나 교육이 필요하고, 개인별 계정과 업무장비가 부여되며, 담당고객과 지역에 관한 상당한 정보와 경험이 필요하다면 제3자가 곧바로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휴가 중 다른 종사자가 업무를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대체자를 본인이 고용하는지, 회사가 정하는지, 고객과 업무정보를 누가 전달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결국 법률상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사업운영에서 자신의 인력을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는가가 중요하다.
징계규정이 없어도 통제는 존재할 수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일반 근로자와 같은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이 없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업무상 통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회사에서 오랜 기간 인사노무를 다루다 보면 명문의 규정보다 관행이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규정상 의무라고 쓰여 있지 않아도 구성원 대부분이 정기회의나 교육에 참여하고, 이를 거치지 않으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경제적인 관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실적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달리하고 담당지역과 고객을 배정하며, 업무에 필요한 전산계정이나 장비를 관리하고 계약갱신 여부를 결정한다면 전통적인 경고·감봉·정직과 다른 형태의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징계규정이 있었는가”보다 회사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업무하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업무기회나 경제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독립사업자라면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하는가
근로자성 사건에서는 회사가 얼마나 많이 지시했는지를 찾는 데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반대 방향에서 보는 것도 유용하다.
정말 독립사업자라면 자신의 사업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자신의 고객이 있는지, 가격을 정할 수 있는지,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지, 사람을 고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지, 활동지역을 넓힐 수 있는지, 계약이 끝나도 고객과 사업자산이 자신에게 남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권한은 거의 없고 회사가 만든 고객·시장·장비·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는 구조라면 개인사업자등록이나 위탁계약이라는 형식만으로 관계의 실질을 설명하기는 어려워진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활용하는 기업이 확인할 것
최근 판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일률적으로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근로자성은 여전히 구체적인 업무수행 실태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다만 기업이 점검해야 할 범위는 넓어졌다.
업무위탁계약서를 잘 작성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업무배분, 전산시스템, 위치정보, 고객과 담당지역의 귀속, 제3자 대행 가능성, 업무장비, 보수체계, 계약갱신 방식을 실제 운영과 함께 살펴야 한다.
이러한 요소 하나하나는 정상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일 수 있다. 고객관리시스템도 필요하고, 위치정보도 배송이나 안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으며, 교육이나 실적관리 역시 필요하다.
문제는 여러 요소가 하나의 관리체계 안에서 결합될 때이다.
회사가 고객과 지역, 업무수단, 수행과정, 결과, 경제적 보상과 계약유지까지 사실상 결정한다면 계약의 명칭과 실제 운영 사이에 간격이 생길 수 있다.
계약에서 시스템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 법리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사람이 일하는 방법과 기업이 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2021년 청호나이스 판결은 외근과 전산관리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2024년 타다 판결은 플랫폼을 통한 노무관리 역시 지휘·감독 판단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2026년 배달라이더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실제 배달 플랫폼의 업무구조에 적용하였다.
기업이 확인해야 할 것은 계약서에 ‘개인사업자’, ‘업무위탁’,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는지가 아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가.
자기 고객과 시장, 장비와 인력을 가지고 자신의 판단으로 이윤과 손실을 부담하는 사업자인지, 아니면 회사가 만든 고객·시장·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계약의 이름은 그대로인데 일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면, 과거의 판단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글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법령상 특정 직종에 한정된 의미뿐 아니라 위탁·프리랜서·플랫폼 등 근로계약 이외의 형식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한 넓은 의미로 사용하였다. 개별 종사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구체적인 계약내용과 실제 업무수행 방식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