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법인 사람 공인노무사 김창희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환경은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과 분산된 자본소유 구조의 심화라는 변곡점에 서 있다. 과거 대립적 주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인적자원의 창의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근로복지기본법」에 뿌리를 둔 우리사주제도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과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재정립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적 수단이자 시대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사주제도가 갖는 가치는 다층적이다. 첫째, 부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양극화와 자본 편중을 완화하는 경제민주주의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둘째, 노동자에게 주주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전문경영인을 견제하는 감시 장치가 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가 성과를 공유하여 주인의식을 내재화하고 자산 형성을 통해 노후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안전망 기능도 수행한다. 즉, 우리사주제도는 자본과 노동이 대등하게 상생하며 기업지배구조를 민주화하는 핵심 매개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우리사주조합의 폭발적인 양적 성장이 확인된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결성률은 87~88%, 코스닥은 77~80% 내외에 달한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들 상장사의 우리사주조합 결성률과 조직률이 전통적인 노동조합을 압도적으로 상회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사주조합의 잠재적 영향력과 공적 성격이 이미 노동조합의 외연을 뛰어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과 달리 현장 운영 방식은 비민주성과 자주성 결여라는 심각한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조합 임원을 민주적 직선이 아닌 간선이나 회사 측의 일방적 임명으로 선출한다. 특히 조합장 상당수가 인사총무, 재무 등 사측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관리직종 인사들이다. 이로 인해 조합원 총회는 거의 개최되지 않으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시에도 조합원 개개인의 의사 대신 조합장 1인에게 위임되어 사측의 거수기 역할을 대행하는 관행이 팽배하다.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사용자의 경영권 방어나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러한 시장 실패의 배경에는 제도 규율과 운영 주체 간의 괴리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사주제도는 명백히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한 노동법적 제도임에도 그동안 현장에서는 단순한 자본 조달이나 지분 구조 변경 등 「상법」 관점으로만 협소하게 접근해 왔다. 이로 인해 사후적·소송적 관점에 특화된 변호사의 역할에만 의존해 왔고, 정작 일터의 일상적 소통과 노사 간 지배구조 민주화를 설계해야 할 공인노무사의 역할은 기형적으로 제한되어 왔다.
따라서 노동조합 결성률을 능가하는 우리사주조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무사의 역할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은 조직 구성과 민주적 운영 원리 면에서 노동조합과 매우 유사하다. 일터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생의 인프라를 구축해 온 공인노무사야말로 조합 내부 지배구조를 혁신할 최적의 전문가다. 이는 노무사의 영역을 기존의 권리구제 사건이나 인사 컨설팅을 넘어 기업지배구조 민주화 및 노동자 자산 형성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직역으로 확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제도가 본연의 상생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려면 주체들의 인식 전환과 법제도적 개혁이 맞물려야 한다. 사측은 우호 지분 확보 수단이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노동자를 경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며, 노동자 역시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조합을 자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행정 사각지대 방치를 통감하고 전담기구를 설립해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 또한 임원 선출의 총회 직선제 의무화, 노사 동수의 운영위원회 구성 법제화, 사측의 부당한 우리사주 의결권 행사 개입 시 강력한 시정명령 도입을 골자로 법 개정을 이뤄내야 한다.
이러한 개혁 과제들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노무사들은 네 가지 실무적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첫째, 선거 절차 관리, 규약 지도, 주총 의결권 검증 시스템 구축 등 민주적 지배구조 설계 및 운영 자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둘째, 우리사주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소통과 경영성과 배분의 협의체로 기능하도록 회의 운영과 갈등 조율을 컨설팅해야 한다. 셋째, 인프라가 취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 및 세제 혜택 컨설팅을 수행하여 기업 복지 설계 전문가로 활약해야 한다. 넷째, 조합 내 분쟁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직무대행을 할 수 있는 임시이사 풀(Pool)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무사들은 주주권 및 자본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융합적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사주제도가 올바르게 뿌리내릴 때 기업은 장기 우호 주주를 확보해 경영 안정을 이루고 노동자는 땀방울을 바탕으로 자신의 자산을 키워갈 수 있다. 자본시장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할 공적 여정에 공인노무사들이 전문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당당히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