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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신노무사 칼럼] AI가 의사결정을 대체할까?
  • 이동신 노무사
  • 등록 2026-07-10 11: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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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는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자가 더 넓게 보고, 더 깊이 생각하며, 더 책임 있게 결정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동신노무사 칼럼] AI가 의사결정을 대체할까?


최근 HPE의 최고인사책임자가 AI 시대의 조직과 일의 미래에 관해 쓴 글을 읽었다. 글은 현재 기업들이 이미 사라진 세계를 전제로 만들어진 조직 구조와 제도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무가 고정되어 있고, 사람이 대부분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여러 단계의 승인 절차를 통해 조직을 통제하던 시대의 조직도와 보상체계가 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문제의식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AI의 발전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 하나가 추가되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다. 어떤 업무를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지, 어떤 업무는 AI가 맡을 수 있는지, 관리자는 무엇을 승인하고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사람을 몇 명 채용해야 하는지, 직무를 어떻게 정의하고 보상해야 하는 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AI의 도입은 기술 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인력 운영의 문제라는 설명에도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글을 읽고 난 뒤에는 다소 공허한 느낌이 남았다. 글에서 사용된 표현들은 익숙했다. 조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re-architect the organization), 스킬 중심(skills-based)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제 업무의 흐름(workflow)에 맞게 조직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AI에 대한 투자는 곧 인력에 대한 의사결정(workforce decision)이라는 주장들이다. 또한 의사결정의 속도(decision velocity)에 맞추어 조직도 변화해야 하고,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지원하고 사람이 이끄는(AI-powered, human-led)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반복된다.


 이러한 표현들은 모두 최근 경영과 HR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담론이다.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이다. 그러나 새로운 통찰(insight)이라고 느끼기도 어렵다. 이미 여러 컨퍼런스와 리더십 아티클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개념들을 정리한 수준에 머무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구체적인 실행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방향성은 추상적인 문장만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프로세스가 방향성을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회사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도입한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 앞으로 모든 신규 채용 요청에는 해당 업무를 AI, 자동화 또는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수행할 수 없는 이유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한다. 이것은 작은 프로세스 변화처럼 보이지만, 매우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우선 신규 인력을 요청하기 전에 해당 직무의 업무를 세분화해야 한다. 그중 어떤 업무는 자동화가 가능하고, 어떤 업무는 기존 직원이 재교육을 통해 수행할 수 있으며, 어떤 업무는 반드시 외부 채용이 필요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채용은 더 이상 “사람이 부족하니 한 명을 충원하자”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업무의 성격과 필요 역량, 기술 대체 가능성, 내부 인력 활용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


이러한 하나의 실행 원칙만으로도 ‘AI 시대에는 직무보다 업무가 중요하다’, ‘AI 투자는 인력 계획과 연결된다’, ‘HR과 재무 전략은 분리될 수 없다’는 방향성이 훨씬 쉽게 이해된다. 반대로 이런 사례가 없다면, 조직 재설계나 workforce transformation 같은 표현들은 그럴듯한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만나게 된다.


AI는 과연 기업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일부 논의에서는 AI가 승인하고, 배치하고, 평가하고, 채용 여부까지 결정하는 미래를 비교적 쉽게 상상한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고 기준이 명확하게 설정된다면 AI가 사람보다 더 빠르고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정한 규칙 안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결정은 AI가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출장비가 회사 규정에 맞는지 확인하거나, 휴가 신청이 정책상 승인 가능한지 판단하거나, 정해진 금액 이하의 구매 요청을 자동 승인하는 일은 비교적 명확한 기준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HR의 핵심 의사결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신규 입사자를 채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AI는 후보자의 경력, 기술, 인터뷰 점수, 시장 연봉, 과거 유사 후보자의 성과와 이직률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동일한 직무에서 성과가 높았던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해당 후보자가 성공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채용 결정에는 정량화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함께 작용한다.

현재 팀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가, 아니면 갈등을 조정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가. 이 역할은 지금 당장의 성과가 중요한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중요한가. 현재 팀장의 리더십 스타일과 후보자의 성향은 잘 맞을 것인가. 회사가 앞으로 진입하려는 사업과 후보자의 경험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내부에서 성장 기회를 기다리는 직원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채용 판단에 중요하지만, 하나의 공식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각각의 변수는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후보자가 팀워크 측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고, 현재 직무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후보자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잠재력을 지닐 수도 있다.

연봉 협상은 더욱 복잡하다.


예를 들어 AI가 시장 데이터와 내부 형평성을 분석한 결과 적정 연봉을 1억 원으로 제안했다고 하자. 후보자는 1억 1천만 원을 요구한다. 정해진 기준만 적용한다면 AI는 요청을 거절하거나 회사의 상한선에 맞는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협상에서는 더 많은 변수가 나타난다.


후보자는 기본급보다 주식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해외 근무 기회나 재택근무 조건을 더 가치 있게 여길 수도 있다. 경쟁사로부터 이미 더 높은 제안을 받았지만, 회사의 기술이나 리더십에 매력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가 특정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사람일 수 있고, 당장 높은 연봉을 지급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가능한 대안은 여러 가지다.

기본급은 1억 원으로 유지하되 입사보너스를 제공할 수 있다. 주식보상을 늘릴 수도 있다. 6개월 후 성과를 기준으로 연봉을 재검토하는 조건을 제안할 수도 있다. 직급이나 역할의 범위를 조정할 수도 있고, 유연근무나 해외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협상의 일부로 포함할 수도 있다.


AI는 이러한 대안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각 대안이 인건비, 내부 형평성, 향후 승진과 보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대안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사업의 우선순위와 후보자의 동기, 조직 내 메시지, 장기적인 인력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영 판단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책임이다.

AI가 채용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채용의 책임을 AI에게 물을 수는 없다. AI가 연봉 예외를 승인했더라도, 그 결과 내부 형평성이 무너지거나 다른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을 때 책임지는 것은 결국 관리자와 회사다.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권한과 책임은 분리되기 어렵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최종 판단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AI의 역할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나는 AI의 가장 큰 가치는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데 있기보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AI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더 빠르고 폭넓게 제공할 수 있다.

채용 여부를 검토할 때 과거 유사 채용 사례, 입사 후 성과, 이직률, 팀별 인건비, 시장의 인재 수급 상황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사람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기 쉽지만, AI는 여러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고 사람이 보지 못한 패턴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AI는 결정이 기존의 원칙과 일관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후보자에게 예외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안하려 할 때, 비슷한 직급과 역량을 가진 내부 직원들과 비교하여 형평성 문제를 알려줄 수 있다. 과거의 유사한 예외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결정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예외를 인정할 때 그에 따른 비용과 영향을 알고 결정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셋째, AI는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채용과 비채용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약직 활용,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내부 인력의 재배치, 일부 업무의 자동화, 역할의 재설계 등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연봉 협상에서도 기본급 조정 외에 보너스, 주식, 근무조건, 직무범위, 향후 재검토 조건을 조합한 여러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넷째, AI는 의사결정자의 생각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선호하는 결론을 정한 뒤 그 결론을 지지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경험이 많고 권한이 큰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들이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도 생긴다. AI는 조직 내 관계나 위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질문할 수 있다.

“이 후보자를 채용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만 검토하셨습니다. 채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검토하시겠습니까?”

“높은 연봉을 지급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내부 핵심 인력이 동일한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이 예상되는지도 고려하셨습니까?”

“이번 결정이 성공할 가능성뿐 아니라 실패했을 경우의 비용도 계산하시겠습니까?”

이러한 질문은 최종 결정을 대신하지 않지만, 결정의 수준을 높인다.


다섯째, AI는 부정적 결과를 미리 상상하게 하고, 그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지 평가하도록 도울 수 있다.

좋은 의사결정은 성공 가능성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그 피해가 회복 가능한지, 조직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은 연봉으로 핵심 인재를 채용하는 결정은 성공할 경우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채용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부 직원의 이탈, 보상체계의 왜곡, 리더십에 대한 신뢰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다. AI는 이러한 연쇄 효과를 시나리오로 보여주고, 각 시나리오의 가능성과 비용을 비교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의사결정자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대신 제기한다.

“이 결정이 틀렸을 경우 감당할 수 있는가?”

“실패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가?”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가?”

“되돌릴 수 없다면, 그만큼 충분한 검토를 했는가?”

이러한 역할을 생각하면 AI는 단순한 분석도구를 넘어선다. 그렇다고 최종 의사결정자도 아니다.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마 조언자, 또는 책사일 것이다.

좋은 책사는 군주를 대신해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황을 분석하고, 보이지 않는 위험을 알리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여러 대안을 준비한다. 의사결정자가 감정이나 선입견에 빠지지 않도록 돕고, 결정 이후에 벌어질 결과를 미리 생각하게 한다. 최종 판단은 사람의 몫이지만, 그 판단의 깊이와 폭은 책사의 조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의 AI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채용을 결정하는 AI가 아니라, 채용 결정의 근거를 더 충실하게 만드는 AI.

연봉 협상을 대신하는 AI가 아니라, 협상 가능한 여러 대안과 각각의 영향을 보여주는 AI.

승진자를 선택하는 AI가 아니라, 후보자별 성과와 잠재력, 편향 가능성, 조직에 미칠 영향을 함께 검토하게 하는 AI.

구조조정 대상을 정하는 AI가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의 재무적 효과와 조직적 위험을 비교하고, 사람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도록 돕는 AI.

따라서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AI가 사람 대신 결정할 수 있는가?”가 아닐 수 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AI의 도움을 받아 이전보다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나는 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맥락을 이해하고, 가치의 충돌을 판단하며, 예외를 인정하고, 결과에 책임진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일관성을 점검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반대 논리를 제공한다. 두 역할이 적절히 결합될 때 의사결정의 품질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AI가 제공하는 분석과 예측도 완전하지 않다. 데이터에는 과거의 편향이 포함될 수 있고, 측정되지 않은 변수는 분석에서 빠질 수 있다. AI가 그럴듯한 논리로 잘못된 결론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AI의 조언 역시 검토와 반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AI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인간의 판단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AI가 제시하는 정보와 논리를 활용하되, 무엇이 누락되었는지 다시 묻고, 인간이 알고 있는 맥락과 가치를 더하며, 최종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AI 시대에도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남는다. 다만 이전의 의사결정자가 경험과 직관, 제한된 정보에 주로 의존했다면, 앞으로의 의사결정자는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예측, 반대 의견과 대안을 함께 활용하게 될 것이다.


AI는 인간의 판단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을 요구하는 기술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AI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AI는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사결정자가 더 넓게 보고, 더 깊이 생각하며, 더 책임 있게 결정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그리고 미래의 경쟁력은 AI가 결정을 얼마나 많이 대신하느냐보다, 인간과 AI가 함께 얼마나 좋은 결정을 만들어 내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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