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사신문=소청백노무사 편집위원]
소청백(素淸白) 노무사 - 원칙과 현실 사이, 실타래를 풀어가는 인사노무 (1)
– 케네디 대통령과 NASA 청소부 스토리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를 하다가 공인노무사로서 업무를 시작하려는 입장에서 경영과 노동, 노동과 경영 사이에서 가치 판단과 더불어 실무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외국인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와 대화를 하는 중에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Generative AI)의 도움을 받아서 실타래를 풀어 보고자 합니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NASA 우주 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로 전해집니다. 복도를 지나던 케네디 대통령은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한 청소부를 마주쳤고, 대통령은 그에게 다가가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What are you doing?)"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청소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대통령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지금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Mr. President, I'm helping put a man on the moon.)".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공동의 비전입니다. 청소부조차 자신의 업무를 단순히 '바닥 청소'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직의 가장 원대한 목표인 '인류를 달에 보내는 것'에 자신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는 조직의 비전이 최말단 직원에게까지 공유되고 내재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목표 의식과 동기 부여입니다. 자신의 일이 위대한 목표의 일부라는 자부심은 직원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그는 자신의 일을 통해 의미와 목적을 찾은 것입니다. 리더십의 중요성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제시한 '달 착륙'이라는 명확하고 영감을 주는 목표가 있었기에, NASA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어,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이나 일화(anecdote)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 때문에 리더십, 조직 문화, 동기 부여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하고 효과적인 예시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하, ‘JFK 이야기’이라고 합니다).
저는 다소 엉뚱하게도 그 외국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습니다. 한국의 노동계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남성과 여성은 물론이고 회사규모에 관계없이 대기업 근로자이든 중소기업 근로자이든, 원청기업이든 하청기업이든 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분은 남성과 여성 간에는 차별없이 적용되는게 맞는데 회사 규모 또는 소속회사에 관계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는 고개만 가우뚱거리고 답변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확대 적용과 관련하여 대기업-중소기업 또는 원청-하청기업 간의 임금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두 명의 근로자가 동일한 노동을 한다면 소속 기업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JFK 이야기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NASA 청소부 이야기와 JFK 이야기는 '노동의 목적과 존엄성, 리더십과 동기부여'에 대한 것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에 대한 원칙입니다.
JFK 이야기는 '달 탐사'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에서 엔지니어의 노동과 청소부의 노동이 궁극적으로 동일한 목표에 기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모두가 존엄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청소부의 일이 없었다면 연구원들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없었을 것이며, 그의 노동은 최종 목표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입니다.
노동의 본질적 가치를 인정한 것입니다. 최종 제품(예: 자동차 한 대)을 만드는 데 있어 원청 대기업 소속 근로자의 조립 작업과 하청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의 부품 용접 작업은 모두 최종 제품의 가치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노동입니다. JFK 이야기의 청소부처럼, 하청기업 근로자의 노동이 없다면 최종 제품은 완성될 수 없습니다.
가치 기여에 대한 정당한 평가입니다. JFK 이야기가 청소부의 '목적적 가치'를 인정했듯,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하청기업 근로자의 '경제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자는 주장으로 연결됩니다. 만약 두 노동이 최종 생산물의 가치에 기여하는 바가 동일하다면, 그들의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에 차별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펼 수 있습니다.
즉, JFK 이야기가 모든 노동의 '존엄성'을 강조했듯, 모든 '동일한 노동'의 '경제적 가치' 또한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논리를 확장하고 접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인노무사로서 현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직면한다면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논리가 직접 충돌하진 않지만, 현실에 적용할 때 부딪히는 점들이 있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시장 전체의 경제적 분배 구조'를 다루는 반면, JFK 이야기는 '조직 내부의 문화적, 정신적 가치 통합'을 다룹니다.
경영 주체의 차이가 있습니다. JFK 이야기의 NASA는 이익과 목표를 공유하는 단일 조직이지만, 원청과 하청은 별개의 이익을 추구하는 독립된 기업이며 '개별 법인 간의 계약 관계'로 움직입니다. 원청이 하청 소속 직원의 임금을 직접 통제하려 한다면 오히려 '불법 파견'과 같은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지불 능력과 생산성의 차이입니다.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 브랜드 가치, 높은 기술력 등을 통해 중소기업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이것이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시장 논리에서는 이 '기업의 생산성 차이'를 임금 격차의 자연스러운 원인으로 보기도 하므로, '지불 능력(Ability to Pay)'의 차이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동일 노동의 정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원청과 하청의 업무가 업무의 책임, 요구되는 정밀도, 작업 환경 등에서 완전히 동일한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가치 판단적 영역의 이슈를 현장에서 적용하는데 합리적 방안은 없을까요? 둘을 억지로 접목하거나 어느 한쪽이 옳다고 무조건 주장만 하기 보다는 '단계적 접근'과 '방향성 제시'를 통해 '상생'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한 나침판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JFK 이야기가 '모든 역할은 존중된다'는 메시지를 주듯, 원청이 하청을 단순히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닌 '성공을 위한 필수 파트너'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원청 내부 구성원들에게 "하청기업, 하청기업 근로자들이 없이는 우리 제품도 없다"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실질적 상생으로 구체화가 필요합니다. 존중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청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목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적정 납품단가 보장입니다. 하청기업이 소속 직원들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성과공유제 확대입니다. 원청의 경영 성과 일부를 협력사와 공유하여 임금 격차를 보완해주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교육 지원입니다. 하청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스스로 더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회사는 단순히 일하는 장소가 아닌, 사람(노동)과 자본(경영)이 함께 성장하는 '성장 플랫폼'입니다. 자본(경영)은 근로자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좋은 과제와 시스템, 자원을 제공하는 '플랫폼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사람(노동)은 이 플랫폼 위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성과를 통해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역할 분담을 통해 참여와 성장을 극대화하는 파트너십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소청백(素淸白) 안성준 공인노무사 (ahn_busin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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