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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출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가
  • 박원식 노무사 편집위원
  • 등록 2026-07-31 10:04:22
  • 수정 2026-07-31 15: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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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출, 상생의 길인가 노동력 공급의 길인가

[노무사신문=박원식 노무사]


 

대기업 소속 직원이 관계회사나 협력사로 전출하면 흔히 경영지원’, ‘기술지도’, ‘상생협력이라고 부른다반대로 중소기업이나 자회사 소속 직원이 대기업·모회사에 전출하여 근무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처음에는 전출이나 업무협력으로 설명되지만대기업 관리자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불법파견 문제가 제기된다.

 

이 글에서 말하는 전출은 근로자가 원소속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한 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재적전출을 뜻한다.

 

노동법이 인력 이동의 방향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다만 어느 기업이 인력을 보내고 어느 기업이 받아 사용하는지에 따라 지휘·명령권과 인사권의 배분비용정산 방식과 복귀 가능성이 달라진다전출의 방향이 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기업 사이의 힘의 차이가 전출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전출의 방향이 달라질 때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관계회사에 직원을 보내는 전형적인 목적은 경영 정상화기술 및 품질관리 지원신규 사업의 초기 정착임직원의 경력개발 등이다전출기간과 복귀시점이 정해져 있고원소속 회사가 임금과 인사상 지위를 유지하면서 인건비 상당액만 정산하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형태는 특정한 경영상 목적을 위한 한시적인 인사조치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자()회사 소속 근로자가 대기업이나 모()회사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소속은 중소기업이나 자회사에 남아 있지만 대기업이나 모회사의 업무분장근무시간회의체계와 전산시스템에 따라 일하고업무지시와 평가휴가 및 일정관리도 대기업이나 모회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모회사가 특정기업을 인수한 후 자회사에서 보유한 기술과 사업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우수인력을 모회사로 배치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인수 초기의 조직통합이나 기술이전을 위해 일정한 인력교류가 필요할 수는 있다그러나 전출기간이 계속 연장되고 복귀가 사실상 예정되어 있지 않다면자회사는 형식적인 고용주로만 남고 모회사가 노동력의 사용이익을 모두 누리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전출의 적정성은 인력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였는지가 아니라무엇을 위해 이동하였고 그 목적이 끝난 뒤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두 회사 사이에 놓인 근로자

 

전출은 기업 간 인력운용의 문제이기 전에 근로자의 근무장소와 업무지휘권의 주체를 변경하는 인사조치다전출은 원소속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하는 제도이므로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동의는 단순히 전출회사 이름을 알려 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전출의 목적과 기간담당업무와 보고체계임금과 수당평가와 승진복리후생복귀 시점과 복귀 직위 등 근로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전출기간 중에는 두 회사의 인사제도가 교차한다실제 업무와 근태관리는 전출회사가 담당하지만임금·승진·퇴직급여와 고용보장은 원소속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다모회사의 업무목표와 평가기준은 적용받으면서도 모회사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성과급복지와 승진기회에서는 제외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복귀 역시 명목만으로 충분하지 않다전출이 종료된 후 기존 직무가 사라졌거나전출기간의 성과가 승진과 보상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복귀라고 보기 어렵다따라서 전출계약에는 복귀 직위와 경력 인정전출기간 중 평가결과의 반영방법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자회사 근로자가 모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하면 전적이나 직접고용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다물론 장기간 전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적청구권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가 전적 가능성을 암시하거나 모회사 적응도와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해 왔다면그 기대를 필요할 때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전적 가능성이 있다면 심사기준과 근속승계 여부를 밝혀야 하고전적할 의사가 없다면 복귀시점과 조건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출과 파견의 경계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그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전출도 원소속 회사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한 채 전출회사의 지휘 아래 근무한다는 점에서 파견과 외형이 유사하다.

 

그렇다고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전출을 곧바로 근로자파견으로 볼 수는 없다전출은 본래 업무지휘권의 일정한 이전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계열회사 간 전출이 외형상 근로자파견과 유사하더라도그 사정만으로 원소속 회사를 파견사업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원소속 회사가 근로자파견을 ()’으로 하는지는 파견행위의 반복·계속성과 영업성회사의 사업목적과 근로계약 체결 목적전출의 목적·규모·횟수·기간 및 태양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299393 판결).

 

원소속 회사가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고별도의 인력공급 이익을 얻지 않으며특정한 사업상 필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전출한 후 근로자가 실제 복귀하였다면 근로자파견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반대로 모회사의 인력수요에 맞추어 근로자를 채용하고전출을 반복하면서도 복귀시점을 정하지 않는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근로자파견 여부는 계약서의 명칭보다 운영의 실질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은 인력을 사용하는 회사가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근로자가 그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원소속 회사가 인원선발·교육·근무시간·휴가 등에 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근로자의 업무가 사용회사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고 전문성·기술성을 갖는지원소속 회사가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106436 판결).

 

따라서 자회사 근로자가 모회사 정규직과 동일한 조직에서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고모회사가 인원선발부터 배치·평가·휴가·근태까지 사실상 결정하며자회사는 임금만 지급하는 구조라면 계열회사 간 전출이라는 명칭만으로 그 실질을 가릴 수 없다.

 

법보다 먼저 작동하는 힘의 차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향하는 전출과 그 반대 방향의 전출에 서로 다른 법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차이는 현실에서 먼저 발생한다.

 

대기업이 인력을 보내는 경우에는 전출의 목적과 기간복귀 경로를 설계하고 임금과 인사상 지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반면 중소기업이나 자회사가 인력을 보내는 경우에는 인력을 받아 사용하는 대기업이 배치와 근태평가까지 주도하기 쉽다원소속 회사는 사용자로서의 실질적인 권한을 잃어가면서도 임금지급과 고용보장 책임은 계속 부담한다.

 

그 결과 대기업이 보내는 인력은 지원인력으로 불리고중소기업이 보내는 인력은 대기업의 상시업무를 수행하는 외부인력으로 고착될 수 있다법이 이동 방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기업 간 힘의 차이가 서로 다른 운용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출 이후에도 남는 책임

 

전출은 그 자체로 확대하거나 양성화해야 할 제도가 아니다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회사의 근로자를 장기간 사용하는 관행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필요한 것은 새로운 명칭이 아니라적정한 전출과 고용책임을 회피하는 노동력 공급을 구별할 기준이다.

 

전출의 목적과 기한근로자의 동의업무와 보고체계임금·평가·승진·징계·고충처리의 주체복귀 직위와 경력 인정 기준은 사전에 문서화되어야 한다전출이 사용회사의 상시적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것인지공동연구나 기술이전 등 특정 사업을 위한 한시적인 협력인지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전출 목적이 종료되었다면 원소속 회사로 복귀시키는 것이 원칙이다반대로 전출회사가 해당 근로자의 노동력을 상시적·지속적으로 필요로 한다면전출을 반복적으로 연장하기보다 근로자의 동의를 전제로 전적이나 직접채용을 검토해야 한다모회사의 구성원처럼 일하게 하면서 소속과 고용책임만 자회사에 남겨 두는 것을 상생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상생은 노동력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한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면 목적과 기간처우와 복귀를 명확히 해야 한다상시적인 노동력이 필요하다면 그 노동력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회사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법이 구별해야 할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아니라진정한 인력교류와 고용책임을 유보한 노동력 공급이다사람이 다른 회사로 이동하는 동안 그 사람을 고용하고 보호할 책임까지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전출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개별 사안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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